가구(家具)와 빈집
·
Others/생각의 흐름
가구를 가리켜 '큰 집을 작은 집으로 만드는 물건'이라고 표현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바둑의 정석처럼, 거실에는 TV 맞은 편에 소파를 두고, 주방에는 식탁을 두고, 침실에는 침대를 둔다. 큰 마음도 먹고 목돈을 써서 겨우 하는 일은, 크지도 않은 아파트를 단숨에 작은 아파트로 만들어 버리고 사람이 통행하기에도 불편하다며 다시 훨씬 더 넓은 아파트를 꿈꾼다. 반면에, 어린 시절, 이리역 폭발사고로 인해 내가 태어나 자라난 한옥집을 떠나 양옥집으로 이사한 날의 충격적 기억으로 가구가 집을 크게 보이게 한 경험이 너무 생생하고 강렬하다. 새 거처가 멀지 않았기에 이사할 때 빠뜨린 물건이 없는 지 살피고 오라는 어머님 말씀을 듣고 옛 한옥집으로 갔다. 큰 방과 작은 방이 있었는데 농과 찬장이 빠져나간 큰 방..
날이 샜다 활짝 일어나라 얼른~
·
Others/생각의 흐름
어머님이 파킨슨씨 병으로 거동이 어려워지고 동반한 치매가 점점 깊어지고 있었지만 아직은 집에서 돌봄을 받으실 수 있으셨을 때, 줄곧 주무시다보니 새벽에도 일어나시고 한낮에도 잠에서 깨시는 때가 자주 있었습니다. 그 때마다 맑지 않은 어머니의 기억 속에서도 입에 붙어 부르시던 동요가 있었으니, 바로 윤석중 작사 손대업 작곡의 '아침'이라는 곡의 처음 부분입니다. '날이 샜다 활짝, 일어나라 얼른!' 원곡에는 그 뒷부분의 가사와 멜로디가 있지만 (참새 들이 떼지어와서 재재거리며 아기를 깨운다) 어머니의 노래는 거기까지 였습니다. 육남매를 키우시며 불러주셨던 모닝송입니다. 학교 늦겠다고 걱정하시는 꾸지람의 소리가 아니라, 어머니의 부드러운 경종 소리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더 악화되어 요양병원 침상 위에서 의..
치고 달려라, 싸인을 체크하는 트윈스처럼
·
Others/생각의 흐름
어릴 때 김봉연/김성환/박철순/이만수 선수들을 좋아했고, 학부 때 최동원/조계현까지는 소화했지만 그 이후는 아주 오랫동안 프로야구를 쳐다보지도 않고 살았습니다. LG입사 후에 김창은 상무께서 VIP티켓을 주셔서 트윈스와 NC의 시즌 마지막 경기를 관람했고 그 감동 속에 금년 시즌부터는 거의 매일 LG 경기를 톡중계로 살피거나 결과 체크라도 하게 됩니다. 퇴근 시간에 경기 생중계를 휴대폰으로 보기도 합니다. "치고 달려라~"라는 야구 응원가도 자주 듣게 되어서 어떤 때는 혼자 흥얼거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알게된 특이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는 늘 벤치를 바라보며 sign을 받고, 투수가 공을 던지기 전에 늘 포수와 sign을 주고 받을 뿐만 아니라 모든 수비 포지션의 선수들..
문제, 원인, 그리고 해결책
·
Others/생각의 흐름
문제를 인식하기는 쉬워도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기는 어렵다. 유효한 해결책을 내놓기란 훨씬 더 어렵다.
초등학교가 생각히다
·
Others/생각의 흐름
나는 대학교는 한 해에 6500명씩이나 신입생으로 뽑는 학교를 다녔다. 불과 5~6년만 지나도 3만명 이상의 졸업생이 배출된다. 반면에, 나는 내 고향 익산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초등학교를 다녔다. 내 아버지와 숙부들이, 그리고 형과 누나들이 모두 졸업한 학교이다. 지난 100년이 훌쩍 넘는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 학교의 누적 졸업생은 약 3만3천명에 불과하다. 그저 작은 지방 소도시의 오랜 학교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내 유년이 거기에 있다. 내가 어릴 때 우리 학교 운동장에는 여느 학교처럼 충무공 동상과 책 읽는 소녀상이 있기도 했지만 독특한 비석이 하나 있었는데 '의로운 김석준 군의 비'였다. 정작 학교 다닐 때는 잘 몰랐고 그냥 자랑스러운 선배님인가보다...했는데, 내가 ..
사람이 되자
·
Others/생각의 흐름
요즘 예쁘고 성능 좋은 보온병을 집사람이 하나 사 왔다.가장 큰 혜택을 누리는 사람이 바로 나인 것 같다.돼지감자 차를 끓여서 보온병에 놓고 자기 전에, 또 새벽에 마신다. 그런데, 새벽에 차를 처음 컵에 따라 놓을 때는 매우 뜨거워 입에 대기도 어렵다.하지만, 성경을 읽거나 메일을 처리하다가 차를 따라 놓은 사실을 깜박 잊기라도 하면,그 때는 컵 안의 차는 금방 차갑게 식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컵에 차를 따를 때나 그 후나 36도5부를 유지하고 있지만,그토록 뜨겁던 차는 이내 식어버린 것을 발견하며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이 사람다워야 한다.쉽게 뜨거워지고 쉽게 식으면 안된다.그것이 오늘 새벽, 내 머리에 가득찬 생각이다.
김은생 (金殷生) 개인 블로그
'Others/생각의 흐름' 카테고리의 글 목록 (15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