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로 사는 것
·
Others/생각의 흐름
하루 종일 격무(?)에 시달리다가 집에 돌아오면, 때로는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하는 때가 있다. 이 병은 한 두 해가 된 병이 아니라, 어려서부터의 고질병이라고 볼 수 있다. 따뜻함을 약간 맛본 후에 겪게 되는 3월 하순의 꽃샘추위와 황사의 오묘한 조합은 내 눈에 뜨거운 눈물을 흐르게 하곤 했다. 가장 절정은 중학교에 입학하고 난 후였다. 초등학교 6년을 새로운 반편성도 별로 겪지 못하고 잘 알고 있는 친구들과 줄곧 함께 지내다, 모든 것이 새로운 중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과의 복잡한 관계형성은 쉽지 않았고, 새로운 선생님들과의 좋은 관계형성은 더군다나 쉽지 않았다. 배치고사 성적에 따라 반장으로 임명되기는 했지만, 초등학교 때처럼 부모님이 해주시는 것도 아닌 '환경정리' 심사는 너무 큰 시간적 부담으로 ..
타이타닉이 오늘 내게 주는 두 메시지.
·
Others/생각의 흐름
타이타닉이라는 그 유명한 영화가 오늘은 제게 두 개의 강렬한 상반된 메시지로 다가왔습니다. 첫째는 fiction으로서의 타이타닉에 숨겨진 좋지 못한 풍조이고, 둘째는 fact로서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던 아름다운 사명의 이야기입니다. ---------------------------------------------------------- 먼저 fiction입니다. 성적인 문제에 대한 주일 예배 설교입니다. 이찬수 목사(분당우리교회)가 ‘자신을 방탕에 내맡기고(엡 4:17-24)’를 제목으로 한 23일 주일예배 설교에서 이 시대의 성 문제와 여기에 대처하는 성도들의 자세를 질타했다. 한 여자청년이 보내온 성 문화에 대한 이메일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던 이 목사는 “대학가에서 10명 중 3-4명이 동거생활을..
유인경 기자가 세바시에서 얘기한 5S
·
Others/생각의 흐름
유인경 경향신문 부국장께서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발표한 내용이 좋아서 정리합니다. 1. Sorry 내 알량한 자존심으로 먼저 미안하다고 얘기하지 못했던 잘못을 회개합니다. 아버지께, 어머니께, 형에게, 누나에게, 동생에게, 상사분께, 동료에게, 후배에게, 고객에게, 그리고 잘 모른다고 함부로 대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2. Simple 간단한 일을 복잡하게 만들었던 제 허물을 회개합니다. 직원을 위한 것이면, 직원과 직접 얘기해야 했습니다. 고객을 위한 것이면, 고객과 직접 얘기해야 했습니다. 제가 얘기하면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잘난 '척'한 것을 회개합니다. 원하는 것, 필요한 것에, 직접적으로 다가가겠습니다. 3. Surprise 어느덧 감탄사를 잃어 버렸습니다. 감탄을 자주, 강..
미워하지 않는 방법
·
Others/생각의 흐름
어느 페북 친구가 인용한 신영복 교수의 글 중에, '윗집 아이가 떠들면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사 줘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우리 윗집과 저와의 관계를 떠올리고는 절대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윗집에는 맞벌이 하는 젊은 부부와 아직 학교에도 다니지 않는 두 딸이 살고 있습니다. 이 분들은 한밤중에 청소기를 돌리고, 구슬이 바닥에 쏟아지는 소리와 보행기 굴러다니는 소리를 하루 종일 우리 집에 들려줍니다. 매우 짜증날 때가 많지만, 그래도 오랜 시간 우리 두 아들의 소란을 감내해주셨던 우리 아랫층의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참고 살고 있었습니다. 두 달 쯤 되었나요?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이모라는 여인과 함께 있는 그 두 아이를 만났습니다. 입바른 소리가 목까지 올라 왔지만, 두 ..
Kiss & Cry
·
Others/생각의 흐름
어릴 적 늘씬한 금발 미녀들의 노출로만 인식하던 것, 카트리나 비트의 매력에 빠져서 허우적 대던 것이 전부였던 피켜 스케이팅은, 김연아 선수로 인해 제게도 중요한 분야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선수들이 자기 순서를 마치고 나면 '키스앤크라이'라는 영역에 앉아서 점수 발표를 기다리는 모습에도 익숙해지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헐떡이는 가쁜 숨을 진정시키며, 처음에는 경기를 마쳤다는 안도감에 웃기도 하고, 점수 발표에 신경을 쓰며 초조해 하기도 하다가, 점수가 발표되면 기쁨의 키스를 코치와 나누기도 하고, 아니면 시무룩한 얼굴이 되거나 안타까움의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모습들에서 우리들 삶의 단면을 보곤 햅니다. 12월의 끄트머리에 서서, 지난 1년의 삶을 마무리하는 '키스앤크라이' 포인트에 있는 듯한 느낌을 갖습..
참꽃
·
Others/생각의 흐름
참꽃 눈이 아프도록 피었다 때맞게 시들거나 때가 되면 몸빛 내릴 줄 아는 꽃이 꽃이다 새로 솟는 꽃눈 닮으려 눈주름 펴가며 팽팽한 욕망 채우지 않는 꽃이 참 꽃이다 - 김헌. 시집《장미농원, 궁궁궁》중에서 -------------------------- 사진에서는, 맨 앞 한 행이 생략되었습니다. '눈이 아프도록 피었다...'가 맨 앞에 나옵니다. 그저 그렇게 살았다가 어느 덧 시들게 되니 서글픈 마음 가득해 욕망만 남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직 힘 있을 때, 눈이 아프도록 활짝 피는 한 해를 소망합니다.
金殷生 개인 블로그
'Others/생각의 흐름' 카테고리의 글 목록 (24 Page)